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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13. ‘낙타등정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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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6,411회 작성일 12-03-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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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13. ‘낙타등정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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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땅’, ‘창조’라는 뜻을 가진 아라랏산, ‘하나님의 포도원’이란 뜻을 가진 갈멜산, ‘거룩’, ‘백발의 산’이라는 뜻을 가진 헐몬산, 그런데 시내산은 ‘가시덤불’, ‘쓰레기’란 뜻이다. 그리고 시내산의 또 다른 이름 호렙산은 ‘건조한 곳’, ‘척박한 곳’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이렇게 ‘쓰레기’, ‘척박한 곳’이란 이름을 가진 시내산(호렙산)을 선택해서 당신의 계명을 주셨고, 그곳을 거룩한 곳이라 명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이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 3대 종교가 성지로 여기는 신성한 장소가 되었다. 척박하고 쓰레기 같은 인생을 찾아 낮은 곳으로 임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이 임하시면 그곳이 어디라도 가장 거룩한 곳이 된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는 곳이 시내산이다. 그래서 모세시대에는 여기서 신을 벗어야 했고, 짐승은 물론 사람의 접근까지 막고 모세 혼자서 올라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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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시내산을 오르고 있는 일행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님의 부름이 없이는 누구도 가까이 할 수 없고, 그리고 신발을 벗어야만 하는 이곳을 오늘날의 대부분 순례자들은 낙타를 이용하여 오르고 있다. 누구의 말대로 은혜의 시대인데 문제될 것도 없다. 이는 낙타를 타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과 함께 힘든 일정 중에 그나마 편하게 시내산을 오를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작용한 것 같다. 사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이 제물용 짐승을 팔고, 성전에서만 통용되는 돈을 바꿔주는 사람들을 성전 뜰까지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장거리 순례자들의 편의(便宜)를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면서 변질되기 시작했고, 예수님은 이를 도적으로 간주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집을 도적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질타하시면서 모든 장사꾼들을 쫓아내셨다.

 

시내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몇 번 가이드가 낙타를 타는 요령과 함께 개인소지품 간수에 대한 당부를 강조할 때마다 내가 지금 무슨 ‘도적의 소굴’로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를 못했고, 마음 설렘으로 찾아가는 시내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쌓여만 갔다. 아무튼 하나님의 부름을 듣고 맨발로 시내산을 오르는 모세, 40주야를 더위와 추위, 배고픔과 싸우며 기도하는 모세, 영광중에 나타나셔서 두 돌 판에 새겨주신 계명을 받아든 모세,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빛나는 얼굴로 그곳을 내려온 모세, 모세처럼 이런 영광스러운 임재의 경험을 위해 묵상하고 기도하기도 부족할 시간에 이런 설명을 반복해서 들어야하는 것은 괴로움이었다.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낙타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설명이 필요없을 텐데, 결국 이 모두가 편리추구 때문이다. 편리함이라는 미명하에 신성한 땅, 시내산도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전처럼 도적의 소굴로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돈의 장점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돈의 편리함은 자칫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비단 시내산 등정에만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님은 신앙의 길을 좁은 길이라 하셨다. 신앙의 길, 곧 순례의 길은 불편을 감수하며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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