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11. ‘무엇 때문에 시내산은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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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7,715회 작성일 12-03-14 14:57본문
성지순례 이야기11. ‘무엇 때문에 시내산은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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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출발하기 전부터 걱정이 되는 것이 시내산 새벽등정이었다. 아무리 새벽예배로 단련된 몸이지만 여행지에서까지 새벽에 일어나 그것도 2,285m의 높은 산을 오른다니. 아무튼 중요한 일정인 것은 분명하지만 새벽등정이라 자칫 다른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쓰였다. 나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며칠 째 감기를 앓고 있는 아내가 특히 걱정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현지에서 시내산 등정시간이 새벽에서 낮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괜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는 굳이 새벽에 오를 필요가 없다는데 여행사는 왜 새벽을 강조했고, 대부분의 팀들이 그렇게 강행하고 있을까? 왜 새벽일까? 여름이라면 더위 때문이라지만 겨울인데.......혹시 모세가 새벽에 이곳을 오른 것일까?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이곳을 찾았던 일행으로부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홍해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아침 햇살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란다. 그 모습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장관이라고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순례에서 돌아와 시내산 후기나 사진들을 통해 이를 확인함). 그러면 가이드는 왜 낮을 강조한 것일까? 그것은 순례자들의 안전 때문이다. 그의 관심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의미를 찾는 것보다 그저 안전하게 여기를 경유하는데 있었던 것 같다. 여행사도 가이드도 모두 우리를 위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둘 다 순례의 목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바쁜 일정 중에서 굳이 시내산을 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뜻 깊은 장소에서 그 장엄한 순간을 묵상하기 위함일 것이다. (덤으로 일출까지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이곳이 아니라도 어디서든지 일출은 볼 수 있고, 안전이 그렇게 문제라면 애써 오를 필요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일출은 물 건너갔으니 정상에 가서 점만 찍고 내려와야 하나. 참으로 허탈했다. 무엇이든 본질을 살려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놓치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어둡고 춥다는 이유로 시내산 정상에서의 예배는 간단하게 때우고(?) 휴게소에 들러 컵라면은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손전등에 의지하여 가파른 800개의 돌계단을 따라 하산을 서둘렀다. 각자 손전등의 줄을 이은 불빛이 마치 시내산에서 불이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주님께서 나의 이런 상심을 아신 것일까! 그 때 바위에 엎드려서 외치고 싶을 만큼 큰 깨달음의 은혜가 밀려왔다. 그래서 잠시 길에서 비껴서 주변 바위에 앉아 묵상을 하고 일행을 따라 내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율법과 은혜다! 율법은 나이 팔십의 늙은 모세를 홀로 이 높은 정상까지 오르게 했고, 여기서 40주야를 더위와 추위, 그리고 굶주림과 싸우게 한 다음 십계명을 주었다. 그러나 은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내게 직접 찾아와서 어떤 요구나 조건도 없이 거저 구원을 베풀어주고, 사랑해 주었다. 조건없이 주어진 은혜에 대한 감사가 뜨겁게 되살아났다. 시내산 등정을 통해 율법과 은혜의 차이를 온몸으로 경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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