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첫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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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103회 작성일 26-06-26 15:24본문
사도신경 첫 고백
‘나는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다.’라는 사도신경의 첫 고백은 단순히 편안한 상태에서 나온 아름다운 찬양이 아닙니다. 이 문장 뒤에는 초대교회 성도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처절한 역사적·신학적 배경이 있습니다.
1. 이단 ‘영지주의’(Gnosticism)와의 치열한 싸움
초대교회(2~3세기)를 가장 심각하게 흔들었던 이단은 영지주의였습니다. 그들은 ‘영은 선하고 육(물질)은 악하다.’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을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거룩하고 영적이신 하나님이 어떻게 이 더럽고 악한 물질세계(천지)를 창조하셨겠는가? 이 세상은 구약의 열등하고 잔인한 신(데미우르고스)이 잘못 만든 것이다. 이에 맞서 교회는 구약의 창조주 하나님과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가 ‘같은 분’임을 분명히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하나님 아버지가 바로 이 물질 세계(천지)를 직접 아름답게 지으신 창조주이시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영지주의(특히 마르시온주의)는 구약의 하나님을 율법적이고 잔인하며 복수심에 불타는 율법의 신으로 보았고, 신약의 예수님이 소개한 하나님을 사랑의 참된 신으로 분리했습니다. 즉,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다른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도신경은 천지를 창조하신 구약의 그 하나님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며,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고 고백합니다. 창조주와 구원주가 다른 분이 아니라,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이심을 선언하며 영지주의의 신관을 정면으로 거부했습니다.
또한 영지주의자는, 이 세상은 선한 영적 세력과 악한 물질적 세력이 대립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집니다. 이 때문에 영지주의 안에서는 신의 권능이 제한적이거나 악한 물질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되곤 했습니다. 사도신경은 하나님을 전능하사(Omnipotent)라고 고백함으로써, 그 어떤 악한 영이나 물질세계의 질서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고, 하나님의 통치 능력에는 한계가 없음을 못 박았습니다.
2. 로마 제국의 ‘황제 숭배’에 대한 거부
사도신경의 모태가 된 것은 2~3세기 로마 교회에서 세례를 줄 때 고백하던 로마 신경(Old Roman Symbol)이었습니다. 당시 로마 제국에서 전능한 자(Almighty)는 오직 로마 황제(카이사르)뿐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권력과 생사여탈권을 쥔 황제 앞에서, 기독교인은 ‘황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이 온 우주를 다스리는 진짜 전능하신 분’이라고 목숨을 걸고 반역(?) 고백을 한 것입니다.
3. 세례식에서의 신앙 검증(정체성 선언)
초대교회는 아무에게나 쉽게 세례를 주지 않았습니다. 혹시 모를 로마의 밀정이나 이단을 걸러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세례 지원자는 물속에 들어가기 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그대는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네, 내가 믿습니다.’라고 답하는 과정에서 이 첫 고백이 확립되었습니다. 즉, 기독교인으로서의 시민권(정체성)을 획득하는 엄숙한 선언문이었던 셈입니다.
요약하면 사도신경의 첫 고백은 세상을 악하게 보는 이단 사상에 맞서 물질세계의 선함을 지키고, 황제 권력 앞에서도 온 우주의 진짜 주인은 하나님 아버지이심을 선포한 장엄한 신앙의 방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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