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을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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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1,957회 작성일 21-10-02 11:36본문
얼룩을 작품으로
사상가이자 화가였던 존 러스킨이 어느 파티에서 손수건을 바라보며 울상으로 앉아있는 한 귀부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러스킨에게 값비싼 손수건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이 손수건은 최고급 실크로 만든 것인데, 누군가 여기에 잉크를 쏟아 버렸어요. 손수건에 얼룩이 생겨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됐어요.’ 러스킨이 손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부인에게 손수건을 며칠만 자신한테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미술에도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던 러스킨은 손수건의 잉크 자국을 이용해 아름다운 나무와 숲과 새의 모양을 그려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잉크 자국으로 망쳤다고 생각했던 손수건이 고상하고 우아한 예술작품이 되었습니다. 부인은 그림이 그려진 손수건을 받고는 크게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질그릇과 같습니다. 비방의 송곳으로 찌르고, 상처의 먹으로 칠하면 쉽게 금이 가기도 하고 얼룩이 지기도 합니다. 실패나 실수라는 인생의 오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사실 금이 가지 않은 인생, 얼룩 없는 인생, 오점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면서 우여곡절이 있습니다.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연단이 없으면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빛낸 사람들은 실수나 실패가 없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것을 딛고 일어섰던 사람들입니다. 소위 얼룩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명심해야 할 것은 인생의 얼룩을 그대로 방치해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쪼록 손수건의 얼룩이 작품이 된 것처럼 잘 가꾸고, 바꾸어서 인생의 얼룩을 인생의 역작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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