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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모범, ‘리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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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8,436회 작성일 13-06-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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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모범, ‘리브가’

창24:15~27

2013. 6/23. 08:00, 11:00

삶의 당료(糖料)

일본 속담에 ‘한 마디의 친절한 말이 석 달 겨울을 따뜻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쉽지 않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친절은 ‘삶의 당료’이다. 친절이 있을 때 삶의 구석구석이 달콤해진다.

 

어느 비바람이 치던 날 밤, 노부부가 하룻밤을 머물고자 허름한 여관을 찾아갔다. 도시의 축제 때문에 그 여관에도 빈 방이 없었다. 이때 종업원이 노부부에게,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늦은 시간에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누추하지만 제 방에서라도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말하며 자신의 방을 선뜻 내주었다. 그래서 노부부는 그 종업원의 방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 날 아침 노부부의 남편이 그 종업원에게 ‘당신은 우리니라에서 가장 훌륭한 호텔주인이 될 만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내가 당신에게 그런 호텔 하나를 지어 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업원은 농담으로 여기고 웃었다. 그로부터 2년 후 1976년, 그 종업원은 비바람 치던 날 밤에 만났던 노부부로부터 초청장과 뉴욕 왕복 기차표가 동봉된 편지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뉴욕을 찾아갔고, 그를 초청한 노부부는 뉴욕 5번가 34거리로 가서 하늘 높이 솟아있는 새로운 빌딩을 보여주었다. 1,900개의 객실을 갖춘 거대한 호텔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에게 운영해보라고 지어 주는 호텔입니다.’라고 노부부의 남편이 말했다. 단 한 번의 친절로 3층짜리 허름한 여관의 종업원이 1,9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 지배인이 된 것이다. 특별한 경우이지만 이것이 친절의 대가이다.

 

이삭 장가보내기

 아브라함은 평생 영적인 순례의 동반자였던 아내 사라를 장사지내고(23:), 이제 나이 마흔이 된 아들 이삭을 장가보내려고 한다. 그는 신부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며 신실한 종 엘리에셀에게 이 일을 맡겼다(2). 가나안 여자는 안되고 내 고향 내 족속에게로 가서 택하라(3,4). 여자가 따라 오지 않아도 이삭을 그곳으로 데리고 가지 말라(6,8). 이삭의 아내가 될 사람은 가나안 종교와 문란한 풍습에 물들지 않은 혈통의 순수성과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수 있는 순종의 사람(아람 땅으로 이삭을 데리고 돌아가는 逆출애굽을 금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이렇게 큰 소임을 받은 종은 아브라함의 친족이 살고 있는 메소보다미아로 가서 나홀의 성에 이르렀다(10).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이삭의 아내가 될 처녀를 순조롭게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12). 아울러 물을 길으러 온 처녀에게 물을 좀 달라했을 때 자신뿐만 아니라 낙타까지도 마시게 하는 사람이 이삭을 위해 정한 사람으로 알겠다고 했다(14). 이렇게 기도를 마치기도 전에 한 처녀가 물을 길으러 왔고(15), 그녀에게 물을 좀 달라했더니 급히 물동이를 손에서 내려 마시게 하고 낙타까지 물을 마시게 하겠다며 우물로 달려가 모든 낙타를 위하여 물을 길렀다(17~20). 순식간에 그의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우린 여기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도로 시작하는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을 주목해야 한다(그는 충성스러운 사람, 기도의 사람, 감사의 사람).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얼마나 신속하고(“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확하게 응답하시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제시한 조건에 정확하게 일치하였다(24, 58). 이렇게 만난 처녀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며느리, 곧 이삭의 아내 ‘리브가’다.

 

친절한 섬김의 사람

친절은 남에게 보상을 바라지 않고 호감과 기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마음가짐, 혹은 베풂이다. 친절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우리의 삶에 중요한 무형의 자산이다. 그래서 기업들도 친절 마케팅을 강조한다. 본문에 나온 리브가는 한 마디로 ‘친절한 섬김의 사람’이다. 그녀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아브라함의 종이 호감과 기쁨, 고마움을 느끼도록 친절을 베풀었다. 본문은 두 가지 면에서 그녀의 친절을 보여준다.

 

1. 친절한 말

친절은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삶에 지치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겐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참으로 크고 거룩한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가 친절하게 해 준 말이 환자의 통증과 입원기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왔다. 복부수술을 앞둔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수술 후 얼마나 아픈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수술과정만 간단히 말했다. 그 결과 친절한 설명을 들은 환자들이 진통제도 적게 쓰고 퇴원도 사흘이나 빨랐다. 옳은 말도 중요하지만 친절한 말이 더 중요하다. 아름다운 입술을 간직하려면 친절한 말을 하는 것이다. 친절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덕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는 있다.

 

자신에게 물을 달라는 낯선 이방인에게 리브가는 “내 주여”라고 불렀다.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친절한 말이다. 낯선 사람까지도 주님처럼 대하며 존중하는 그녀의 신앙과 인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리브가의 친절한 말 캠페인은 계속된다(19,25). 리브가는 참으로 입술이 아름다운 여인이다. 사람들이 재물이나 명예, 권력, 정보나 지식에 목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절한 말 한마디와 부드러운 미소, 따뜻한 눈빛에 목말라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친절한 말 한마디로 전해지면 어떤 사람이라도 금방 마음이 밝아지고 가벼워진다. 친절한 말 한 마디는 비단 옷을 입혀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을 더 따뜻하게 한다.

 

2. 친절한 행동

본문에 리브가의 친절한 행동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가 두 개 나온다. “급히”(18,20)라는 부사와 “달려가서”(20)라는 동사다. 이는 지체하지 않고 ‘신속하게’, 마지못해 한 것이 아니라 ‘즐겁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고 즐겁게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는 성숙한 믿음의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그에게 일을 맡겨보고,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맡겨진 일을 즐겁게 하고, 요청받지 않은 것까지 찾아서 스스로 하는 사람이라면 성숙한 신앙을 가진 훌륭한 인격의 사람이 틀림없다.

 

19절은 리브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말씀이다. 그녀는 요청하지 않은 것까지 친절을 베풀었다. 낯선 사람일지라도 물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짐승까지 챙겨서 물을 먹인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열 마리에게 모두 배불리 먹게 한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데 리브가는 이 일을 기꺼이 자청했다. 낙타에게 물을 주는 일은 강아지 몇 마리에게 물을 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낙타 한 마리가 먹는 물의 양이 약75ℓ~185ℓ라고 한다. 평균 100ℓ의 물을 마신다고 해도 열 마리의 낙타가 먹는 물의 양은 1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언뜻 ‘낙타에게 물주는 것쯤이야!’ 라고 여기겠지만, 정작 리브가가 이 일을 끝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학자들은 최소한 2시간이상은 걸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쉽지 않는 일이었다. 리브가가 사는 곳은 물이 흔치 않는 곳이라 우물을 깊이 파야 물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우물을 깊이 파고 나선형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1톤가량의 물을 긷기 위해 수없이 그 계단을 오르내렸다고 상상해 보라! 아무튼 낙타들에게 물을 먹이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리브가는 자신이 요청받지도 않은 이 일을 자청해서 즐겁게 한 것이다. 여기서 ‘스스로’, ‘즐겁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한다. 자청해서(스스로) 즐겁게 했기에 이 힘든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강요를 받아 억지로 한 일이라면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했더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특히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이 이슈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익이 되니까 기업마다 친절 마케팅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고, 억지로 친절하려다보니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리브가는 상대방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친절을 베풀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요구되는 것은 최소한만 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태도인데, 요청받지 않은 일까지 친절을 베푼 리브가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준다. 이와 같은 ‘의무없는 의무이행’의 삶은 주님께서 모범을 보이셨고, 바울이 그 모범을 따라 살았던 신자라면 마땅히 따라할 삶의 모습이다.

 

친절은 기대 이상의 복을 가져온다.

한 청년이 면접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중년 부인이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났는데, 바퀴를 교체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청년은 잠시 망설이다 다가가서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바퀴를 갈아 끼워준 뒤, 면접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면접시간에 늦고 말았다. 그가 낙담해 있을 때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자신이 타이어를 교체해 준 그 부인이었다. 그 부인이 바로 회사의 사장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이것이 친절의 특징이고 복이다.

 

아브라함이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강권해서 자기 집으로 들여 친절을 베풀었다가 여러 복(하나님의 천사를 만나고, 이삭의 탄생을 약속 받고, 소돔과 고모라 멸망을 예고 받음)을 경험했던 것처럼 리브가의 이 친절도 전혀 예상치 못한 복을 불러왔다. 바로 자신이 친절을 베풀었던 그 사람이 아브라함으로부터 며느리 감을 구해오라는 소임을 맡은 아브라함의 종이었던 것이다. 친절이 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것이고, 아브라함의 며느리 이삭의 아내가 되게 하는 복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의 오빠 라반이 축복한 것처럼 천만인의 어머니가 되었다(60). 이렇게 친절은 기대 이상의 복을 가져온다. 헬라어로 ‘친절’을 ‘크레스토스’(χρεστοϛ)라고 한다. ‘그리스도’(χριστοϛ)와 한 글자가 다르다(‘ει’). 초대교회시절 이방인들은 ‘크리스토스’와 ‘크레스토스’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도인과 친절한 사람을 같이 생각했다. 그렇다. 신자는 곧 친절한 사람이다. 우리 또한 리브가처럼 기회 있는 대로 누구에게나 요청받지 않은 것까지 신속하고 즐겁게 친절을 베풀 수 있기를 바란다. 다 떨어진 코트 자락 밑에 천사의 날개가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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