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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 뛰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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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7,202회 작성일 10-07-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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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가, 뛰지 말구.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에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다고 한다. 달랑 4개의 탁자를 놓고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잃고 아내까지 떠나버린 한 사내가 있었다.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구걸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보니 그의 마음은 세상을 향한 분노로 독이 올랐다. 그는 자신을 쫓아낸 식당에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그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가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다. 두 그릇을 다 비운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그 한 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이런 사람이 있기에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그리고 세상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신자와 교회가 이런 사람, 이런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할머니처럼 한 그릇 더 내놓는 따뜻한 마음, 상대방의 안전에 더 마음을 쓰는 깊은 배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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