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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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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6,226회 작성일 14-05-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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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을 보내며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영국 시인 엘리어트의 대표작 황무지입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싹을 틔워내는 생명의 버거운 삶을 역설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눈 덮인 겨울,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랑하는 이의 무덤이 봄비에 파랗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슬픔이야말로 봄의 잔인함이라는 해석도 공감이 됩니다.

 

해양사(海洋史)에서 4월은 유독 잔인한 달입니다. 1912년 4월 15일 대서양에서 타이타닉호가 침몰해 2,223명의 승객 중 706명만 살아남았고, 1941년 4월 16일에는 영국 구축함 모호크호가 공격을 받아 지중해 한가운데서 침몰했습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4월 28일에는 일본 병원선 카마쿠라마루가 폭침당해 2,035명이 사망했고, 1945년 4월 16일에는 독일 수송선 고야호가 발트해에서 폭파되면서 7,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두가 4월에 일어났습니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2014년 대한민국의 4월도 잔인한 달로 기록되었습니다.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 남편 잃은 여인은 과부, 아내 잃은 남편은 홀아비라고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를 표현한 말은 없습니다. 이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의 죽음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처연(悽然)한 모습이나, 사고발생부터 구조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이었던 우리 사회의 맨얼굴은 말 그대로 절망입니다. 수많은 승객들, 특히 어린 아이들을 움직이지 말고 배 안에 있으라 하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일부 선원들도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려서 나도 내 나라를 버리겠다.는 유족의 절규는 또 얼마나 가슴 아픕니까! 종북, 선동꾼, 시체장사 같은 막말을 듣는 것도 참담합니다. 이래저래 잔인한 4월을 보내고 5월을 맞이하였습니다. 5월부터는, 이 5월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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