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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게와 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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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9,073회 작성일 12-05-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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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게와 낮게.

 

 

성경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겨라.”(빌2:3)고 말씀한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를 ‘낮게’ 여기는 겸손에 다름 아니다. 이 사람은 누구에게서든지 애써 장점을 찾아내 반듯하게 배우며 제 모자란 것을 채워간다. 가진 재주나 소유는 남보다 낮아도 사람됨이 보다 낫게 돋보이는 인품은 고개 숙인 벼이삭처럼 안으로 무르익은 풍성함이 아름답다. 반면 남을 나보다 ‘낮게’ 여기는 것은 스스로를 ‘낫게’ 여기는 오만의 독선이다. 저보다 잘난 사람을 만나면 불끈 성이 돋아 이리 물어뜯고 저리 끌어내리기에 혈안이 된다. 누추한 질시 속에 불안한 열등감이 꿈틀댄다. 재주나 소유는 남보다 낫게 가졌어도 사람됨이 보다 낮게 흐늘거리는 인격이라면 뻣뻣이 곧추세운 목처럼 언제 꺾일지 몰라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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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게’와 ‘낮게’는 글자로는 불과 한 획 차이지만 그 품은 뜻은 기나긴 철도의 양쪽 끝 시종(始終)역만큼이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한(漢)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은 저잣거리 깡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비굴하다는 욕을 먹으며 구차히 목숨을 건졌다. 뒤에 한신의 부하가 된 깡패는 자기 목숨을 버려 위기의 한신을 구해낸다. 스스로 낮춤으로 한신은 두 번이나 목숨을 건진 셈이다. 완전무장의 거인 골리앗은 갑옷도 두르지 못한 어린 다윗을 깔보다가 이마에 물맷돌이 꽂힌 뒤 제가 차고 있던 제 칼에 목이 잘려나갔다. 다윗을 낮게 여긴 탓에 골리앗은 오만과 어리석음의 상징이 되었다.

 

낫게와 낮게, 글자 한 획이 교만과 겸손을, 소유와 인격을, 재주와 품성을, 그리고 생명과 죽음을 갈라놓습니다. 글자 한 획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인격이 다르고 삶이 다릅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인격, 한 사람의 생애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운명까지 좌우합니다. 무르익은 인품은 듣기 좋은 몇 마디 말로 덧없는 인기와 박수를 낚으려하지 않고 몸소 본을 세우며 남들과 발걸음을 함께 합니다. 자신은 ‘낮게’, 다른 사람은 ‘낫게’ 여기는 높은 품격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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