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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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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6,741회 작성일 11-0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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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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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옹달샘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땅 속에서 땅 속으로 오랜 시간을 흐르다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물은 너무나 행복했다. 햇볕의 온기가, 옹달샘 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의 향기가 물을 감싸고돌았다. 물은 햇빛처럼 빛나는 모습을, 그리고 꽃과 같은 향기를 가질 수 있게 한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잠시 후 물을 어딘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은 냇가로 흘러갔다.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지날 때 달라지는 속도감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꼈다. 물은 빠르게 흐르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멈추었다 다시 쏜살같이 흘러가는 장난에 재미를 느꼈다. 냇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이 음악처럼 들렸고, 물은 그 소리에 맞추어 춤추듯 흘러갔다. 물은 신에게 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물은 강으로 흘러들었다. 물은 천천히 흘러가며 생각에 잠겼다. 꾸준하게 흐르고 흐르는 사이 물은 점점 깊어지고 넓어졌다. 자신과 함께 흘러가는 갖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자신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마른 대지를 적시며 생명의 씨앗을 주었을 때 누군가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물은 바다로 흘러갔다. 이제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가지게 된 물은 말했다.

 

‘때론 어딘가에 머물고 싶었지. 그러나 그 욕망에 나를 가두지 않았어. 늘 처음처럼 흐르고, 또 흐르는 동안, 나는 점점 깊어지고 넓어졌지. 내가 도달할 깊이와 넓이가 얼마인지 궁금한 적도 있었어. 그러나 이젠 궁금하지 않아. 다만 나는 바다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처음처럼 흐르고 또 흘러가겠지. 언제나, 어디서나 처음처럼 말이야.’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 입학, 첫 출근, 개업....... 모든 일에 한결같은 첫 마음이 필요합니다. 첫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그리고 멈추지 말고 흘러 보냅시다. 그리하여 날마다 삶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는 멋진 한 해를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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