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문이 된 아골
페이지 정보
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6-04-19 15:11본문
소망의 문이 된 아골
호2:14~20
2026. 4/19. 11:00
폭풍우가 만든 항구
영국의 작가 ‘앤 메리엇’(Anne Marriott)이소개한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 마을 앞바다에는 아주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닷물의 흐름이 완만하다 보니 오랜 세월 모래와 온갖 오물이 항구 입구에 쌓여 커다란 모래톱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 때문에 큰 배들이 항구로 들어오지 못하고 늘 먼 바다 위에 떠서 작은 배로 짐을 옮겨 실어야만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치워보려고 애를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유례없는 강력한 폭풍우가 마을을 덮쳤다. 집들이 흔들리고 파도가 방파제를 집어삼킬 듯이 몰아쳤다. 마을 사람들은 밤새 공포에 떨며 기도했다. ‘하나님, 이 재앙이 무사히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다 망하게 생겼습니다!’ 그들에게 그 폭풍우는 ‘고통의 골짜기’와 같았다. 밤새 몰아치던 폭풍우가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졌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들의 숙원이었던 항구 입구의 거대한 모래톱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밤새 몰아친 거센 파도가 쌓여있던 모래와 오물을 모두 다 쓸고 간 것이다. 덕분에 항구에는 깊고 넓은 새로운 뱃길이 열렸다. 이제는 큰 배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최고의 항구가 된 것이다. 공포의 폭풍우가 가져다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우리 인생도 가끔 예기치 않는 폭풍우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폭풍우 때문에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폭풍우가 우리 영혼에 쌓여있는 탐욕과 교만, 시기와 질투 같은 모래톱을 씻어내기도 한다. 그 폭풍우로 인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더 큰 축복의 배가 들어올 수 있는 ‘소망의 항로’가 열리기도 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시는 하나님의 손길 때문이다(롬8:28). 그래서 이런 하나님의 은혜를 ‘역전의 은혜’라고 한다. 본문도 이런 은혜를 강조하는 말씀이다.
아골을 소망의 문으로
호세아서는 하나님의 가슴 아픈 사랑을 한 편의 비극적인 가족 드라마처럼 보여주는 예언서다. 불성실한 아내(고멜=이스라엘)를 포기하지 않고 데려오는 남편(호세아=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죄보다 훨씬 더 깊고 끈질긴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헤쎄드, חֶסֶד)을 노래하는 책이다. 본문 앞부분까지만 해도 그들의 수치를 드러내고 광야처럼 마르게 하겠다는 심판 선언이었다. 그런데 본문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급반전된다. 그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다시 유혹하듯 이끌어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회복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아주 아름다운 대목이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징계목적이 ‘사랑’과 ‘회복’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하나님은 이렇게 약속하신다. ‘거기서 그의 포도원을 그에게 주고 아골 골짜기로 소망의 문을 삼아 주리니.....’(15). 여기서 ‘아골 골짜기’는 과거 여호수아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왔을 때 아간의 범죄로 이스라엘이 심판을 받았던 저주와 수치의 장소다. 이 사건으로 그곳 이름이 ‘아골’(עָכוֹ)이 되었는데, 아골은 ‘괴로움’, ‘고통’, ‘재난’이란 뜻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죄로 인해 생긴 ‘고통의 현장’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망의 문’(פֶּתַח תִּקְוָה)으로 바꿔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문을 뜻하는 히브리어 ‘페타흐’(פֶּתַח)는 단순히 닫힌 문을 넘어 ‘개방된 통로’, 또는 ‘시작된 지점’을 의미한다. 가장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이 남아있는 그 자리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망의 ‘통로’(문)로 바꾸어 주시겠다는 역설적인 은혜를 말한다. 즉, 과거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하시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이는 우리 인생의 가장 어두운 지점이 가장 눈부신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초대다.
계산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사랑
호세아서는 아내의 불성실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부부관계를 이어가는 선지자 호세아의 부부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보여준 책이다. 물론 하나님의 명령으로 선지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여인 ‘고멜’(גֹּמֶר)과 결혼했다. 고멜이란 이름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보여준다. 고멜은 ‘어떤 일이 목적지에 도달하여 완벽하게 마무리된 것’을 의미하는데, 본문에서는 죄악이 끝(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고멜은 타락의 ‘끝판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선지자의 가정생활이 평안할 수가 없었다. 걸핏하면 바람이 나서 간부와 도망을 쳤고, 선지자는 간부를 찾아가 대가를 치르고 아내를 찾아와서 가정생활을 이어갔다. 이것이 당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였다. 신실하신 하나님께 대하여 이스라엘이 늘 불성실하게 대했던 것이다. 말 그대로 당시 이스라엘은 타락의 끝판왕이었다. 배알도 쓸개도 없으신 하나님께서 이런 이스라엘에게 고통과 수치의 자리를 소망의 출발점으로 삼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그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시겠다는 것이다. 마치 선지자 호세아가 간부와 바람이 나서 집 나간 아내를 값을 지불하고 다시 찾아온 것처럼 말이다. 이혼은 물론이고, 둘다 감옥 집어넣어도 시원찮은 일인데 말이다. 이것이 곧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다. 이런 하나님의 사랑을 ‘헤쎄드’(חֶסֶד)라고 한다. 세상의 법칙은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다. 아골 골짜기에서는 돌을 던지는 것이 정의이고, 고멜 같은 아내에게는 이혼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골 골짜기에 돌을 쌓는 대신 ‘소망의 문’을 세우시고, 고멜을 정죄하는 대신 ‘은 열다섯 개와 보리 한 호멜 반’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사 오셨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지은 죄의 양을 계산하여 그만큼만 용서하시는 것이 아니라 죄를 덮고도 남을 만큼의 압도적인 은혜를 쏟아부으시는 사랑이다. 이와 같은 압도적인 사랑을 받은 사람이 나와 여러분이다. 그러니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가 있고,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끝을 시작으로 바꾸시는 사랑
앞에서 말한 대로 ‘고멜’이란 이름은 이미 모든 관계가 파탄 나고, 끝장이 난 상태를 뜻한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통과 수치의 상징인 아골 골짜기뿐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오히려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은‘난 이제 틀렸어, 끝났어’라고 절망하며 아골 골짜기에 주저앉아 있을 때, 하나님은 그곳을 새로운 삶의 입구로 리모델링하신다. 이쯤 되면 하나님께서 ‘배알이 없으신 것’이 아니라 ‘사랑에 눈이 먼 것’이다. 아골은 사방이 막혀 숨이 턱턱 막히는 절망의 동굴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동굴의 끝을 막다른 벽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는 ‘문’으로 만드셨다. 고통이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통로가 되는 순간이다.
성경학자들은 종종 이런 하나님의 성품을 ‘거룩한 낭비’ 혹은 ‘무모한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사랑, 그 무조건적인 용납이 없었다면, 우리 중 누구도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여전히 숨이 붙어있고, 소망을 품고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정말 우리를 향해 자존심도, 계산도 다 내려놓으셨기 때문이다. 본문은 이 소망의 문을 통과하면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되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절망의 노예 생활에서 구원받았던 그 강렬한 체험이다. ‘그가 거기서 응대하기를 어렸을 때와 애굽에서 올라오던 때와 같게 하리라.’(15b). 소망의 문은 단순히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넘어, 마치 옛날홍해를 가르시는 것과 같은 놀라운 구원으로 이끄시겠다는 것이다.
베테랑 광부 이야기
베테랑 광부의 이야기다. 금을 캐는 광부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잘 따라가던 금맥이 갑자기 뚝 끊기는 ‘단층’(Fault)을 만날 때라고 한다. 지질학적으로 땅이 뒤틀려 단층이 생겨 금맥이 사라진 것이다. 아골 골짜기는 우리 인생의 금맥이 끊어진 단층 지대와 같다. 그런데 베테랑 광부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금맥이 끊긴 지점을 찾아라. 지각 변동이 일어난 그곳에 더 거대한 금덩어리가 묻혀 있다.’ 실제로 끊어진 단층 너머를 더 깊이 파 내려가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노다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살다 보면 인생의 금맥이 끊겼다고 생각되는 단층 지대, 곧 아골 골짜기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낙심하지 말자. 하나님은 그 단층 지대 아래에 이전보다 더 크고 놀라운 은혜를 숨겨두셨다. 끊어진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보화가 시작되는 소망의 문이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