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35, ‘엔게디의 고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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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1,479회 작성일 12-10-07 17:52본문
성지순례 이야기35, ‘엔게디의 고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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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사막의 향기라고 한다. 지친 영혼에게 활력을 주기에 그 자체가 생명의 아름다운 향기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사다로 가던 중 오아시스 ‘엔게디’(En-gedi)의 야자나무 그늘에 앉아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한국 식당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주시고”(시23:5)라는 말씀이 실감이 났다. 사해에 인접한 유다광야 한 가운데 위치한 엔게디는 ‘산양새끼의 샘’이라는 의미다. 더위에 지친 산양들이 새끼들을 데리고 와서 마른목을 축이는 장소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의 지붕에 올라가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는 산양새끼의 모습,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산양들을 볼 수 있었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에게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로구나.”라고 고백하였다. 고벨화의 공식명칭은 ‘헤나’(Henna)로 성지에서 자라는 관목형태의 식물이다. 고벨화는 작은 나무에 피는 흰색 혹은 황색의 작은 꽃들을 지칭하는데 포도송이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커다란 송이를 이룬다. 고벨화는 꽃모양보다는 그 꽃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더 아름답고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엔게디의 고벨화는 ‘엔게디의 향기’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성경에서 ‘고벨’로 음역된 히브리어는 ‘코페르’인데, ‘덮어주다’는 뜻의 ‘카파르’에서 파생되었다. ‘속죄하다’는 의미의 ‘킵페르’도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고벨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덮어주고 감싸주는 향기, 즉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대신 짊어지는 ‘대속의 향기’다.
엔게디는 역사적으로 다윗과 관련이 깊다. 여기에 다윗의 유적이 많고, 특히 시편 23편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래서 엔게디에 가거든 시편 23편을 묵상해보라고 주문한다. 특히 다윗이 사울을 피해 숨어 지낼 때 이곳은 다윗에게 소중한 은신처였다. 산세가 험하면서도 생명유지에 절대적인 샘물이 연중 끊임없이 흐르는 곳이라 숨어 지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점에서 엔게디는 다윗을 덮어주고 보호해주는 ‘고벨화’ 역할을 하였다. 다윗이 숨어 지냈던 이곳은 또한 다윗이 사울을 감싸주었던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된 곳이다(삼상24:). 다윗의 깊은 신앙과 넓은 마음이 사울의 생명을 덮어주는 구속의 ‘고벨화’였다.
엔게디는 다윗의 생명을 덮어준 향기로운 은신처였고, 또한 사울의 생명을 덮어준 구속의 향기였다. 결국 엔게디는 생명을 살리는 ‘그리스도의 향기’(고후2:15)와 연결된다.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덮어주신 대속의 향기로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이제는 우리가 사울을 감싸준 다윗처럼 지친 이웃에게 엔게디의 생수를 전달하고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온 세상을 덮어주고 감싸주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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