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醱酵)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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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4,637회 작성일 23-04-22 09:41본문
발효(醱酵)인생
오랜 시간 식품을 저장하다 보면 발효(醱酵)와 부패(腐敗)라는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발효가 되면 맛과 향기, 여기에 영양까지 더 좋아지지만, 부패하면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 유해물질이 됩니다. 우유가 치즈가 되고, 배추가 김치가 되는 것은 모두 발효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기나 찌개 같은 음식은 오래 놔두면 부패해서 더 이상 못 쓰게 됩니다. 부패한 음식은 독한 냄새는 물론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 유해하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 쓰레기가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원형이 무너집니다.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기왕에 피할 수 없는 변질(?)이라면 잘 변해야만 합니다. 변질(變質)의 종류엔 두 가지가 있는데, 부패와 발효가 그것입니다. ‘썩다’와 ‘삭다’처럼 발효와 부패는 정말 한끝 차입니다. 동사 ‘삭다’는 ‘썩다’에서 왔습니다. 국어사전은 ‘물건이 오래 되어 본바탕이 변하여 썩은 것처럼 되다.’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나 타인의 삶에 풍미를 더해주는 잘 삭은 발효식품처럼 유익한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취를 풍기며 부패를 재촉하는 썩은 시궁창처럼 유해한 사람이 됩니다. 즉, 맛과 향기와 영양까지 듬뿍 담긴 잘 삭은 발효식품처럼 나이가 들고 성품과 행실이 원숙해지면서 주변에 풍미를 더하는 멋진 어른이 되는가 하면, 악취를 풍기는 썩은 부패음식처럼 주변에 해악을 끼치는 못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발효 중입니까 부패 중입니까? 우리의 인생이 부패가 아니라 발효의 여정이 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인격과 품위가 무르익은 인생이 되도록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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