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허들링(Human Hudd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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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5,377회 작성일 15-08-30 13:34본문
휴먼 허들링(Human Hudd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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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시인의 <화산이 많은 나라>라는 시가 있습니다. 평범한 삶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는데,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유황열탕 수증기 뿜어대는 호수 주변에
신경통 위장병 류머티즘 부인병 피부병에 좋다는
노천 욕장 만들어놓고
98℃ 온천수에 계란을 삶아서 판다.
시인은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을 밑천으로 돈을 벌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정한 나라를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이런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욕망이라는 활화산 위에 집을 짓고 ‘더 많이 더 크게 더 높이 더 편리하고 더 화려하게’를 외치며 사는 동안 세상은 훨씬 위태로운 곳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홀로 행복해지려는 ‘더’의 길은 주변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모 방송국에서 다큐로 제작한 〈남극의 눈물〉을 얼만 전 인터넷에서 보았습니다. 영하 50℃에 시속 200㎞가 넘는 혹독한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황제펭귄들이 보여준 행동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펭귄들은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몸을 밀착하여 찬바람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안에 있던 펭귄들이 밖으로 밖에 있던 펭귄들이 안으로 이렇게 돌며 추위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떼를 지어 도는 것을 ‘허들링’(Huddling)이라고 합니다. 어느 하나 안쪽을 차지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상대방을 밀어내지 않고 허들링하는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를 보며 신자란, 그리고 신앙공동체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막이가 되기 위해 기꺼이 바깥에 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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