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와 Ob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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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0,702회 작성일 18-08-26 09:26본문
Serve와 Observe
음원학적으로 serve(섬기다)의 반대말이 observe(관찰하다)라고 합니다. 섬김의 반대가 관찰이라는 것인데, 눈여겨볼만한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15세기 이전까지 미술품은 serve의 대상이었습니다. 사실 중세시대의 미술품은 무지한 사람들을 위한 교화용으로 예배와 교육의 도구였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선이 하나님에게서 인간으로 옮긴 르네상스 시대부터 미술품은 observe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의미론적으로 섬김의 반대는 하대(下待)입니다. 그러면 ‘관찰하다=낮춰본다’는 도식이 가능해 집니다. 이 정도면 어느 학자의 ‘시선이 권력이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기업총수의 사무실이 건물 꼭대기 층에 있고, 사무실에서 선임의 자리가 창가에 있고, 사람들이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높은 곳일수록 시야확보가 잘 되고, 그것이 곧 권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섬김의 반대가 왜 관찰인지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observe는 의식을 포함하여 대상을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즉 대상을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섬김은 겸손함에서 시작되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행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판단은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다른 존재를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바꾸려는 내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섬김은 ‘겸손’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판단은 ‘나’와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결국 그것이 기대가 되었든 바람이 되었든, 혹은 선의가 되었든 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개입이 되면 섬김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본 훼퍼는 ‘공동체를 향한 자신의 기대와 소망을 버리지 않으면 공동체를 파괴하게 되고, 이러한 기대와 소망은 다른 사람과 하나님을 심판한다.’고 했는데, 이제야 그 말뜻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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