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과 이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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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0,699회 작성일 18-08-12 08:25본문
아직과 이미 사이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따가운 아침 햇살에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더위가 일상이 된지 오래지만 그래도 시원한 비소식을 기대하며 주간일기예보를 보는데 어김없이 한 주간 내내 햇빛은 쨍쨍, 기온은 35도로 죽 그어져 있는 선을 보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그러면서 제게 떠오르는 시 한편이 있어 소개합니다. 박노해 시인의 〈아직과 이미 사이〉입니다.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 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우리는 ‘아직’에 절망합니다. 아직 덥고 아직 아프고 아직 작(적)고 아직 부족하고 아직 연약하고 아직 바뀌지 않고 아직 앞이 보이지 않고.....그러나 성도는 농부가 씨앗(이미) 속에서 열매(아직)를 보고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듯 그렇게 현실 속에 미래가 있음을 알고 이미 주어진 것을 소중히 잘 가꿔야 합니다. 믿음은 문제 속에서 답을 보고, 사망에서 생명을 보고, 현실에서 영원을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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