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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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6-08-30 13:39본문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병
잠26:16
2026. 8/30 11:00(성령감림 후 열네 번째 주일)
착각(錯覺)이라는 병
어느 날 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던 A는 깜짝 놀랐다. 잠결에 눈을 떠보니 코트에 모자를 쓴 어떤 사람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귀신인가?’ 아니면 ‘도둑인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났다. 공포심에 사로잡힌 그는 소리를 지르면 해코지를 당할까 봐 소리도 못 지르고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날이 밝고 확인해 보니, 그것은 전날 밤 자기가 대충 걸쳐놓은 코트와 모자였다. 뇌가 어둠 속에서 불완전한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귀신 혹은 도둑이라는 공포스러운 형태로 엮어낸 착각이다. 감각 기관이 외부 자극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이런 것을 ‘지각적’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상황이나 정보를 잘못 해석하여 생기는 ‘인지적’ 착각, 타인의 시선이나 의도를 오해해서 생기는 ‘사회적’ 착각이 있다. 착각은 객관적인 사실(현실)과 다르게 보거나 생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누구나 일상에서 흔히 겪는 심리적 현상부터, 인지적 편향, 심리적 방어기제로 작용하는 깊은 형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착각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감정의 개입이다. 불안, 두려움, 기대감, 혹은 지나친 자신감 등 감정 상태는 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게 만들고, 여기서 착각이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욕구와 동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해석하려는 심리적 동기가 작용할 때 착각이 더욱 강화된다. 그런데 이 착각에는 양면성이 있다. 즉, 착각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삶을 지탱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심리학에서는 적당한 수준의 착각은 자존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반면,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여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고,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물론 착각은 의학적으로 실제 질병은 아니지만, 소위 착각 병이라고 한 것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특성상 누구나 살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다양한 인지적 심리적 오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게으른 자의 착각
본문은 본장의 전반부 마지막 부분이다. 본장 전반부는 내용의 90%가 미련한 자와 게으른 자란 주제 잠언으로 되어 있다. 미련한 자에 대한 교훈이 80%이고, 게으른 자에 대한 교훈이 20% 정도다. 이곳뿐만 아니라 잠언 전체에서 미련한 자는 중요한 경계 대상으로 자주 나온다. 빈도는 높지 않지만 게으른 자에 대한 내용도 몇 번 나온다. 그런데 본장에서 그토록 경계했던 미련한 자와 게으른 자에 대한 평가가 뒤집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련한 자가 훨씬 문제일 것 같은데, 게으른 자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12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네가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는 자를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 스스로 지혜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 미련한 사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본문은 자기를 지혜롭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곧 ‘게으른’사람이라는 것이다. ‘게으른 자는 사리에 맞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를 지혜롭게 여기느니라.’(16). 게으른 자의 문제는 자기가 지혜롭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남보다 조금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인 일곱보다, 그러니까 일곱 배나 지혜롭다는 것이다.
본문 앞 구절을 보면, 게으른 자의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핑계만 늘어놓으며(13), 집안에서만 뒹굴고 있다(14). 심지어 밥을 먹기 위해 손을 음식 그릇에 넣고도,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수고조차 하기 싫어한다(15). 그러면서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지혜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착각이다. 게으른 자의 이런 착각은 ‘교만’과 ‘아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여러 현명한 사람의 합리적이고 조리 있는 조언을 배우려 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의 이치를 다 통달한 것처럼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것, 현인 일곱이 모여서 주는 충고나 바른말보다, 자신의 편협한 생각 하나가 훨씬 옳고 뛰어나다고 믿는 그 맹목적인 확신과 교만이 바로 게으른 자의 치명적인 착각이다. 사실 이것이 게으름의 가장 큰 해악이다. 그러니 미련한 사람보다 더 심각한 사람이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설령 그의 말대로 그가 가장 지혜롭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지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모든 것을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게으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혜는 자신의 부족을 인정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부지런히 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쉽게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병이 착각 병이고, 고치기 힘든 병 역시 ‘나는 다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착각 병이다. 게으름은 착각 병의 최적의 숙주(宿主)다.
착각 병을 극복하려면
성도 중에도 본문의 게으른 자만큼이나 심각한 착각 병에 걸린 사람이 많다. 성도에게 있어서 착각 병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적으로 빠지기 쉬운 자기기만과 오해를 부른다. 이는 자신의 실제 영적 상태나 하나님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그릇된 확신 속에 머물게 만든다. 이 ‘영적 착각’은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오해 속에 오히려 영적 성장을 멈추게 하고, 주변과의 관계나 공동체에도 어려움을 주는 깊은 고질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다.
첫째, ‘말씀’(객관적인 진리) 앞에 나를 비춰보는 것이다. 예배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성경도 공부하고, 기도도 열심히 드리고, 헌금이나 섬기는 일도 잘해서 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들으니, 스스로 ‘이 정도면 괜찮은 신앙인이야!’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의 주관적 느낌이나 자기만족은 쉽게 착각으로 이어진다. 내 생각이나 타인의 평가가 아닌, 말씀 앞에 나를 비추어 보아야 한다. 바리새인처럼 지식과 요란한 종교적 행위만 쌓고 삶의 열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점검해야 한다.
둘째, ‘안다’라는 착각 내려놓는 것이다. 영적 착각의 가장 큰 원인은 ‘잘 알고 있다.’라는 교만이다. 날마다 주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겸손이 중요하다. ‘주님, 저는 영적으로 눈먼 자이오니 보게 하소서! 알게 하소서! 깨닫게 하소서! 은혜에 힘입어 살게 하소서’라는 고백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셋째, 행동의 ‘동기’를 점검하는 것이다. 열심히 섬기고 헌신하는 이유가 베풀어 주신 은혜에 대한 응답이고, 주님을 사랑하는 진정한 사랑 때문인지, 아니면 은근히 인정받고 싶거나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 때문인지 그 동기를 돌아보아야 한다. 열심이나 성과를 자기 공로로 여기지 않고, 모든 것이 은혜로 주어진 것임을 인정하며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태도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객관적인 피드백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영적 착각에 깊이 빠진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주변의 충고를 듣지 않고 오히려 타인을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든다. 본문의 게으른 자처럼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착각, 잘 섬긴다는 착각, 잘하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뢰할 수 있는 영적 동반자나 공동체의 따끔한 조언, 객관적인 피드백을 겸허히 수용하는 열린 마음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 지혜가 다름 아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잘 듣는 것이다.
영적 착각 병은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든지 스며들 수 있는 감기와 같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부단한 점검과 성찰이 없으면 언제든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영적 질병이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권면하고 있다. ‘너희는 믿음 안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신 줄을너희가 스스로 알지 못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버림받은 자니라.’(고후13:5). 여기서 ‘시험하고 확증하라’는 말씀은 당시 광석을 불에 녹여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거나, 동전의 진위를 판별할 때 쓰던 단어다. 즉,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내 믿음이 진짜 진리 위에 서 있는지 철저히 테스트해 보라는 뜻이다. 그래야 영적 착각 병에 걸리지 않고, 이미 주신 구원의 보석을 삶이라는 현장에서 깎고 다듬어 세상에 그 열매와 증거를 환히 드러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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