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풀 고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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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7,086회 작성일 22-12-03 09:22본문
고마운 풀 고마리
물가나 물이 흐르는 도랑과 같은 습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볼 수 있는 ‘고마리’라는 작은 식물이 있습니다. 고마리는 우리나라 각처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여름이 끝나갈 무렵 8월 말에서 9월 중순에 흰색과 분홍색의 예쁘고 작은 꽃이 피어납니다. 이 꽃은 손톱보다도 작고, 줄기가 두어 가지밖에 안 되지만 자기 몸집의 서너 배는 족히 되는 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 발달된 뿌리로 더러운 것을 정화하는데, 오염물질인 질소와 인을 영양분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고마리 군락이 있는 곳은 오염물질이 줄어들어 차츰 맑은 물로 바뀝니다. 고마리의 뛰어난 정화능력은 축산폐수도 깨끗하게 정화할 정도라서 때로는 고마리 군락으로 인해 윗물보다 아랫물이 더 맑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마리는 주로 개울가나 습지, 시커먼 도랑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보통 도시에서는 하수구 시궁창 같은 지저분한 곳에서 자랍니다. 놀라운 정화능력을 가진 고마운 풀이라 하여 ‘고마리’라고 부른다고도 하고, 고만고만한 것들이 모여 핀다고 해서 고마리, 혹은 환경이 좋지 못한 곳에서도 줄기차게 퍼져나가서 이제 그만 되었다고 ‘그만이풀’이라고 부르던 것이 고마리로 변했다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연꽃이 사랑받는 것은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티 없이 맑은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고마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 여린 풀 한 포기가 구정물 속에서 성장의 자양분을 건져내고, 더러운 폐수를 맑은 물로 정화해내니 말입니다. 우리 또한 역경과 질곡을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영양소가 되게 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가 주변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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