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6. ‘쓴 물을 단 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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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7,318회 작성일 12-03-06 09:09본문
성지순례 이야기6. ‘쓴 물을 단 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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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광야만 여행하다보니 위치감각이 없다. 가이드가 말해주니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무데나 내려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말하면 사전지식이 없는 한 그렇게 믿을 수밖에, 설령 그렇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순례란 실제 현장도 현장이지만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잇는 수에즈운하해저터널을 지나 약 30㎞를 달려 사막 가운데서 버스가 섰다. 아랍어로 ‘아윤 무사’(Ayun Musa, 모세의 샘), 곧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 사흘 길을 걷다가 최초로 만난 오아시스 ‘마라’(Marah)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거기에 모래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야자나무들과 모래 언덕으로 몇 그루의 오래된 에셀나무가 있고, 가운데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우물이 있었다. 이것이 마라의 샘이란다. 그리고 그 곁에는 마른 야자나무 잎을 엮어서 만든 베두인의 선물 백화점(?)이 늘어서 있고, 초등학교 1~2학년 쯤 되어 보이는 맨발의 어린 베두인 아이들이 팔찌와 목걸이를 보이며 '1달라'를 외쳤다. 그러면서 애절한 눈초리로 사탕을 달라며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기서 80㎞남쪽에 ‘아인 하와라’(Ayn Hawarah) 지역을 마라로 추정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홍해를 건너 사흘 길을 걸어서 도착했고, 엘림에 근접해있다는 점 때문이다(성경은 마라와 엘림이 근접한 것으로 묘사). 이 지역의 유래는 출애굽기 15:22-26에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곳에 도착하여 샘을 발견하였지만 물이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바로 이 ‘쓰다’는 뜻에서 ‘마라’라는 말이 나왔다. 물을 보고도 써서 마실 수 없자 사람들은 모세를 원망했고, 모세는 그들의 원망을 탓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가리켜주신 한 나무의 가지를 물에 던지니 물이 달게 되었다.
차로 달려도 힘든 길을 가족과 가축, 살림도구까지 가지고 걷는 광야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까? 아무리 감격스러운 홍해의 기적을 경험했어도 광야는 힘들었을 것이다. 기적은 과거의 사건이고 광야는 현실이니 말이다. 그것도 사흘이나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하고 걸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오아시스를 만났으나 써서 그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원망과 불평을 이해하고도 남겠다. 하지만 이 마라는 말한다. 인생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불평하지 마라! 원망하지 마라! 불평하면 마라가 된다. 원망하면 마라가 된다. 대신 기도하라! 어렵고 힘들면 기도하라! 모세처럼 하나님께 부르짖어라! 하나님은 쓴 물을 고치(치료)시는 분이시다. 쓴 물을 단 물로 변화시키시는 분이시다. 남은 순례의 여정처럼 험난한 인생길을 가야하는 내게 마라는 이런 주님의 음성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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