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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43, ‘갈릴리의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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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7,916회 작성일 12-12-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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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43, ‘갈릴리의 갈매기’


 

 

내 생애 다시 이런 날이 올까 싶다. 설교에 대한 부담 없이 성지에서 맞는 참으로 뜻 깊은 주일이다. 목사에게 여행이 즐거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지만 새벽예배와 주일설교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시간이 아니면 주일에 다른 목회자들과 어울려 예배를 드리거나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는 일이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주일 선상예배를 드리기 위해 서둘러 선착장으로 갔더니 유람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 당시의 배를 복원한 목선이었는데, 우리 일행이 승선하자 배는 곧 닻을 올리고 출항했다. 배는 그림 같은 푸른 야자나무와 그 뒤로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엄마 품에 잠든 아이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가 지형적인 특성으로 저녁이 되면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 큰 풍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배는 호수 가운데서 멈췄고, 호수와 그 주변를 둘러보니 부는 바람결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고, 잔잔한 파도를 밟고 주님이 다가오실 것만 같아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배위를 서성이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 때 애국가가 호수에 울려 퍼지면서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주님을 생각하며 주일예배를 드리는 자리에 국민의례가 다소 생뚱맞게 여겨지긴 했으나 이국땅이어선지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감격스러운 선상예배를 드렸다.

 

 

예배 후 배안에서 잠시 작은 소동이 있었다. 배 가까이로 날아드는 갈매기 떼 때문이다. 사람들이 ‘와!’하고 소리를 질러 고개를 돌렸더니 갈매기 떼가 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선장이 던져준 빵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서 달려든 것이다. 작은 먹이를 위해 위험한 비행을 반복해서 감수하는 갈매기와 이를 환호하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 갈매기에게는 목숨을 건 모험인데 사람에겐 즐거운 소일거리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디서 이 많은 갈매기가 왔을까? 살펴보니 수많은 하얀 갈매기가 떼를 지어 배 주변에 떠 있다가 먹을 것을 던져주자 날아든 것이었다. 갈매기는 겨울(12월~3월초)에만 갈릴리 호수에서 볼 수 있고, 건기가 시작되는 여름(4월~10월)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겨울철새다. 성경에서 갈매기는 새들 가운데 혐오스러운 것으로 먹지 말아야 할 짐승으로 구분되어 있다(레11:13~16).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갈매기 떼, 두려움 없는 그들의 무서운 비행은 먹이가 떨어져야 끝이 났다. 이는 비단 갈매기뿐이겠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이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썩지 않는 영혼의 양식이 아닌 썩어질 육신의 양식을 위해 갈릴리 갈매기 떼보다 더 위험천만한 곡예비행으로 어지럽다. 아울러 그 유명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대목을 생각해본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을 되풀이하며 두 날개로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싶어했던 갈매기 조나단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 아름다운 새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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