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무용(大而無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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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4-12-14 10:03본문
대이무용(大而無用)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오는 한 일화로 쓸모를 중시했던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게 큰 나무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가죽나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줄기는 울퉁불퉁하고 가지는 비비 꼬여서 지나가는 목수마저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생의 말은 이 나무와 같아서 크기만 했지 쓸모가 없어(大而無用) 모두 외면해 버립니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한 번 거꾸로 생각해 보시게. 나무가 울퉁불퉁하여서 목수들에 의해 잘리지도 않고 그토록 오래 살아 큰 나무가 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혜자가 계속 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다고 반박하자 장자는 다시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햇빛이 쨍쨍한 어느 날 그 나무의 그늘에서 많은 사람이 쉼을 얻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나 보네.’
흔히 우리는 썩어서 못쓰고, 작아서 못쓰고, 커서 못쓰고, 낡아서 못쓰고, 두꺼워서 못쓰고, 얇아서 못쓰고, 굽어서 못쓰겠다고 말합니다. 실은 그 쓰일 곳을 찾지 못한 우리의 안목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하찮고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산밭의 돌멩이 하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의 관계 속에서 무언가 은밀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저마다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안에 감춰진 무한한 가치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없듯 더더욱 사람은 하찮고 불필요한 존재가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과 나중이 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지으셨고, 특히 성도는 그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자신의 자녀로 삼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살다보면 누구나 인생 나침반이 고장 난 것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도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힘들어 숨이 찰 때, 부족한 자신이 한심하고 수치스러울 때 가슴앓이만 하지 말고 이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인생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존재이유와 사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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