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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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2,370회 작성일 21-02-06 11:26본문
잊어버림
가을철 산에 오르다 보면 산속 다양한 동물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도토리를 좋아하는 동물 중에 다람쥐가 있습니다. 이들은 겨울철 식량을 저축하기 위해서 땅속 곳곳에 도토리를 묻어둡니다. 하지만 다람쥐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자신이 어디에 도토리를 묻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결국 묻었던 도토리 중 95%는 찾아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찾아내지 못한 도토리 중에는 겨울이 지나고, 봄철에 싹을 틔우며 튼튼한 나무로 다시 자라납니다. 이렇게 자라난 나무는 숲을 이루고 산을 만들어 또 한 해 동물의 양식이 되고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해 줍니다.
요즘 부쩍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다람쥐의 기억력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때론 기억하지 못함이 누군가에게 혜택이 될 수도 있다니 말입니다. ‘잊어버림’ 또한 좋으신 하나님께서 고르고 골라서 주신 것인데 버릴 것이 있겠습니까! 만약 인생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면 행복할까요? 오히려 잊지 못해서 괴롭거나 지난 일에 대한 후회로 삶의 에너지를 낭비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때론 잊지 못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잊음으로 득이 되기도 합니다. 살면서 실패나 후회, 불편하고 억울한 일들, 유쾌하지 못한 것을 빨리 잊을 수 있다면 행복으로 가득한 울창한 인생의 숲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실수나 허물, 섭섭한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관계의 숲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억해 내는 힘만큼 잊는 힘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쇼렘 아쉬). 생각해보니 잊어버림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사람이 제 자신입니다. 허물과 죄를 다 잊어주신 주님의 은혜로 지금의 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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