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름이나 한번 불러주세요..(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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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루 댓글 2건 조회 11,906회 작성일 06-03-28 18:40본문
새 학년 초를 맞아 한 초등학교에서 마련한 행사를 마치고나서 학부형들은 각각 해당 교실에 들어가 담임 교사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물론 새 담임 교사는 아직 자기 반 학생들의 얼굴이나 이름도 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학부형 대부분이 엄마들이었고 상담 중에 제 자식을 잘 부탁한다는 엄마들의 부탁과 요구는 무더기로 쏟아졌지만 교사는 그 부탁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어 열심히 수첩에 메모를 해 나갔다.
우리 애는 머리는 뛰어나게 좋은데 영 노력하려 하지 않으니 선생님 잘 지도 좀 해 주세요.
우리 애는 공부는 뛰어나지만 몸이 허약하니 체육시간에 좀 특별히 돌봐 주세요.
우리 애는 똑똑하지만 좀 산만합니다. 특별히 잘 지도해 주세요.
우리 애는 착한 성품이니 나쁜 애들과 어울리지 않도록 자리 배치 좀 잘 해 주세요.
화려하게 온갖 치장으로 꾸민 엄마들의 요구는 이렇게 다양하면서 한편 황당하기도 했다. 담임 교사는 예, 예를 연발하면서 자신의 수첩에 이 엄마들의 요구를 간단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해서 극성스런 학부형들이 모두 다 떠나가고 맨 뒤에서 초라한 옷차림으로 기다리던 마지막 엄마가 손을 조아리고 다가와 모기 소리 만한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우리 애는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타일러도 늘 말썽만 일으키는 개구쟁이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며 마치 죄인이나 된 듯이 머뭇거리던 그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면서 겨우 말을 이었다.
선생님, 아무 때라도 좋으니 생각나시는 대로 우리 애 이름이나 한번씩 불러 주세요.
젊은 담임 교사는 다음 날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메모한 학부형들의 요구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그 요구를 다 성취할 별다른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하루 수업이 끝날 무렵 문뜩 자기 아이 이름만이라도 불러 달라던 엄마의 부탁이 떠올랐다. 그래서 수첩에 기록한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고 불렀다. 그러자 교실 맨 뒤에서 옆의 아이를 쿡쿡 찌르며 장난치던 한 녀석이 예!하고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쳐다봤다. 교사는 그냥 아이 얼굴만 확인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녀석의 장난질은 계속되었다. 또 며칠이 지난 후 수업 도중에 생각이 난 교사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엎드려 자고 있던 그 녀석은 얼결에 대답을 하면서 마지못해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 담임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면 안돼. 하는 정도 주의를 주고 더 이상 다른 말 없이 그냥 수업을 계속했다. 녀석은 좀 이상하다 싶어 잠시 반듯하게 앉았지만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엎드려 잠이 들었다.
이렇게 특별한 지도도 없이 이따금 제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의 소리에 이제는 아이 녀석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를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고 언제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를지 모르니 오히려 제 쪽에서 선생님을 쳐다보게 되고 산만하고 거친 행동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차츰 조금씩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들은 저를 심하게 야단치고 벌주거나 아니면 아예 제게 무관심했었는데 지금 이 담임 선생님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제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이 녀석은 신이 났다. 이렇게 해서 한 학년이 끝날 무렵 이 아이는 전혀 다른 모범생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 얘기는 오래 전에 직접 들은 얘기다. 무심코 부탁을 한 그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아주 적은 관심이나마 가져주기를 부탁했고 교사는 별 의미없이 그 부탁을 실천한 것이 이 아이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게 된 것이다.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가를 보여 준 교육 현장의 실화다.
* 서울 숭문고등학교 은사이신 이문구 장로님 카페에서 옮겨 왔습니다.
우리 애는 머리는 뛰어나게 좋은데 영 노력하려 하지 않으니 선생님 잘 지도 좀 해 주세요.
우리 애는 공부는 뛰어나지만 몸이 허약하니 체육시간에 좀 특별히 돌봐 주세요.
우리 애는 똑똑하지만 좀 산만합니다. 특별히 잘 지도해 주세요.
우리 애는 착한 성품이니 나쁜 애들과 어울리지 않도록 자리 배치 좀 잘 해 주세요.
화려하게 온갖 치장으로 꾸민 엄마들의 요구는 이렇게 다양하면서 한편 황당하기도 했다. 담임 교사는 예, 예를 연발하면서 자신의 수첩에 이 엄마들의 요구를 간단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해서 극성스런 학부형들이 모두 다 떠나가고 맨 뒤에서 초라한 옷차림으로 기다리던 마지막 엄마가 손을 조아리고 다가와 모기 소리 만한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우리 애는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타일러도 늘 말썽만 일으키는 개구쟁이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며 마치 죄인이나 된 듯이 머뭇거리던 그 엄마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면서 겨우 말을 이었다.
선생님, 아무 때라도 좋으니 생각나시는 대로 우리 애 이름이나 한번씩 불러 주세요.
젊은 담임 교사는 다음 날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메모한 학부형들의 요구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일일이 그 요구를 다 성취할 별다른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하루 수업이 끝날 무렵 문뜩 자기 아이 이름만이라도 불러 달라던 엄마의 부탁이 떠올랐다. 그래서 수첩에 기록한 아이의 이름을 큰 소리고 불렀다. 그러자 교실 맨 뒤에서 옆의 아이를 쿡쿡 찌르며 장난치던 한 녀석이 예!하고 놀란 눈으로 선생님을 쳐다봤다. 교사는 그냥 아이 얼굴만 확인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녀석의 장난질은 계속되었다. 또 며칠이 지난 후 수업 도중에 생각이 난 교사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엎드려 자고 있던 그 녀석은 얼결에 대답을 하면서 마지못해 부시시 일어나 앉았다. 담임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면 안돼. 하는 정도 주의를 주고 더 이상 다른 말 없이 그냥 수업을 계속했다. 녀석은 좀 이상하다 싶어 잠시 반듯하게 앉았지만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엎드려 잠이 들었다.
이렇게 특별한 지도도 없이 이따금 제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의 소리에 이제는 아이 녀석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를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고 언제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를지 모르니 오히려 제 쪽에서 선생님을 쳐다보게 되고 산만하고 거친 행동도 차츰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차츰 조금씩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들은 저를 심하게 야단치고 벌주거나 아니면 아예 제게 무관심했었는데 지금 이 담임 선생님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제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에 이 녀석은 신이 났다. 이렇게 해서 한 학년이 끝날 무렵 이 아이는 전혀 다른 모범생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 얘기는 오래 전에 직접 들은 얘기다. 무심코 부탁을 한 그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아주 적은 관심이나마 가져주기를 부탁했고 교사는 별 의미없이 그 부탁을 실천한 것이 이 아이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게 된 것이다.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가를 보여 준 교육 현장의 실화다.
* 서울 숭문고등학교 은사이신 이문구 장로님 카페에서 옮겨 왔습니다.
댓글목록
한숙영님의 댓글
한숙영 작성일
하루씨!
반가워요.
오늘 아침 좋은 선물 감사해요.
오늘은 애들 이름을 많이 불러봐야겠어요.
김 행자님의 댓글
김 행자 작성일
관심이 사랑 이라고 하잖아요.
사랑은 역시........